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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일본초행 삼일째]JR동일본패스로 12시간 짧고 긴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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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온지 삼일째.
빗소리에 눈을 떴다. 어제와 다르게 동생집의 2층 베란다에서 바라 본 풍경과 내부계단 창으로 바라 풍경이 촉촉하다.

오늘은 JR동일본패스 나가노•니가타권 한장만 가지고 혼자 열차여행을 도전하기로 했다. 동생과 함께 하고 싶었지만 몸이 안좋아 쉬고 싶어하는 눈치다. 어제 하루종일 운전한 것이 무리가 된 게 틀림없다. 결국 택시를 부르기로 했다. 동생집에서 치노역까지 대중교통이 없기 때문이었다. 차 없이는 살 수 없는 난감한 동네였다. ㅜ
일본 택시는 자동문이다. 손님이 문 여는 걸 원치않는다. 택시비도 손님이 원치 않을 정도로 비싸다. ㅠ

치노역은 도착할 때 경황이 없어 몰랐는데 여느 주요 역처럼 쇼핑몰과 연결되어 있었다. 없어서 화장실만 이용했다.

치노역은 도심이 아니기에 따로 티켓서비스를 하는 센터가 없고 개찰구 역무원에게 패스를 보여주면 지정석을 끊어준다. 그리고 플렛폼에서 기다리면 정확히 출발시간 2분 전에 열차가 빠르게 들어온다. 어제와 같은 마츠모토행 아즈사 특급열차다.

자 이제 마쓰모토로 출발한다.
사진에 얼핏 보이지만 어제 왔던 스와 호수를 따라 열차는 계속 달렸다. 서너개의 역이 이 스와호를 끼고 있다. 문득, 이 주변의 도시가 스와호의 기운으로 생동력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마쓰모토역에 도착했다.

목적지는 마쓰모토성. 역 밖으로 나가니 부슬비가 내리고 있다. 성까지는 걸어서 15~20분 거리. 눈에 먼저 띈 건 택시였다. 탈까말까를 망설이다 비싼 택시비도 부담이지만 자고로 여행은 가보지 못한 길을 가는 아닌가. 모자를 눌러쓰고 비를 맞으며 걸었다. 길은 내 맘처럼 젖어 있었다.

대략 위치를 머릿속지도에 그려놓은 상태여서 하천과 다리가 나올 때까지 걸었다. 어, 근데 이게 뭐지?

옛 일본 골목을 재현해 놓은 듯하다. 외국인 관광객도 보이고 더러는 일본 관광객들도 있었다. 좌우를 구경하며 걷다가 교복을 입은 남녀 학생들이 모여 타코야키를 먹고 있는 게 보였다. 훗, 아직도 저런 교복을 입다니... 하면서 지나쳐 가다가 다시 걸음을 돌렸다. 일본 원조 타코야키 맛이 궁금했기 때문.

타코야키다. 한참을 먹는데 교복학생들이 날 힐끗힐끗 쳐다본다. 난 같이 먹을까, 손짓을 했지만 학생들은 사양한다.

스미마셍, 그럼 사진 같이 찍을까하니 다들 오케이를 외친다. 우리 폼 좀 나니? ㅎㅎㅎ

일본 현지인과 처음 사진을 찍고 나니 용기가 생겨 근처 신사에서 일본 전통의상을 입고 결혼식을 올린 신혼부부에게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으니쾌히 포즈까지 취해준다. 그래, 여행은 이런 거야. 이런 거~ 하하하.

사진이나 TV로만 보던 일본 신사. 나도 참배를 했다. 일본정부가 진정 정신위안부에게 사죄하고 보상해주길 기원하며...

드디어 마쓰모토성에 도착. 시간이 없어 들어가지는 않고 밖에서 인증샷만 찍었다.

마쓰모토성을 뒤로 하고 서둘러 역으로 빠르게 걸었다. 나가노로 가는 열차시간이 거의 촉박해졌기에. 그렇다고 좌석예약을 한건 아니다.

시나노 특급열차를 타고 도착한 나가노. 오래 전 동계올림픽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저 멀리 보이는가. 구름 위로 솟구친 산을~~!!

역 안에 가격대가 싼 메밀국수집이 있어서 420엔짜리 시켰는데 겪어보지 못한 맛이다. 반쯤 먹다 젓가락을 놓았다. 겉만 맛있어 보인다.

역 주변이니 당연하겠지만 호텔, 쇼핑몰, 버스 정류장, 택시 승강장, 여신상 등이 있다.

나가노에서 호쿠리쿠 신칸센을 타고 타카사키에서 내려 니가타로 갈까 하다가 도쿄행으로 계획을 바꿨다. 니카타에 가면 오늘 밤 안으로 못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중앙부 서쪽 끝 해안도시다. 한반도로 치면 인천 쯤? 암튼 멀다.
나를 태우고 갈 신칸센 열차가 들어온다. 설레인다. 세계에서 빠르고 안전하기로 유명한 신칸센 열차. 오늘에야 이눔을 타보는 구나. 흐흐흐.

신칸센은 정말 빨랐다. 2시간여만에 도쿄에 도착했다. 오후 5시. 도쿄역은 사람들로 붐볐고, 사람들은 바쁘게 어딘가로 움직였다. 만화가를 꿈꾸던 어린 시절 동경했던 일본의 수도 도쿄에 진정 온 것이란 말인가!

도쿄는 한국의 종로와 을지로를 연상시켰다. 서울역이 도쿄역을 본따 만들었다더니 정말 비슷했다. 비 내리는 도쿄, 운치가 있었다.

참, 여행객들에게 필요할 지 몰라 참고용을 적는다. 도쿄역에는 JR동일본철도여행서비스센터가 있는데 큰데와 작은데 두 군데가 양 편으로 있다. 작은데로 가면 영어를 비롯해 한국말 등을 할 줄 아는 직원이 있어 편리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사진의 저 일본여성 직원이 영어와 한국어 담당이다. 물론 일본어 잘하면 큰데로 가도 된다.

아 또 참고. 패스 사용자는 무조건 자동개찰구가 아닌 직원에게 확인을 위한 이 통로로 들어가야한다. 명심!

도쿄역에서 신주쿠로 가기 위해 JR동일본 노선 전철을 탔다. 한국의 만원 전철과 똑같을 정도로 줄 서서 기다리고 내리고 탈때 밀고 당기기가...ㅠㅠ

신주쿠 도착. 도쿄역과 마찬가지로 신주쿠역도 열차와 전철 등 노선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초행자는 역 안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으니 정확한 목적지를 알고 구글지도로 확인하고 이동하기를 권유드린다. 

유흥가로 유명한 신주쿠는 한국의 명동에다 강남을 섞은 듯한 느낌을 준다. 가부기초에 들어서니 유흥의 냄새가 한층 고조되는 느낌적인 느낌~ㅎㅎㅎ

신주쿠 역으로 돌아가다 발견한 라멘포차. 가격이 500엔. 한국돈 5000원가량. 가장 기본으로 시켰는데 맛이 괜찮았다. 뚝딱 해치웠다. 50엔짜리 삶은 달걀 추가 주문해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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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노에서 마쓰모토, 나가노, 도쿄, 신주쿠를 열차와 전철로 이동하며 역 주변 구경을 했다. 총 10시간 가량의 압축여행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아즈사 특급열차 마츠모토행 막차를 타고 치노로 돌아가야 한다.
치노역 도착 시간은 밤 11시 24분. 동생이 역으로 데리러 온다고 한다. 같이 여행했으면 좋았을테지만 동생은 일본생활 20년, 토박이나 진배없다. 그것을 떠나 동생이 빨리 회복되기를 다시 한 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