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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철학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데카르트는 신의 관념은 본유관념(idea innate)으로써 인간이 태어나면서 지닌 순수사유의 증명이므로 그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다만 그 신이 우리가 생각하는 선(善)만은 아닐 것이라고 의심했다. 존재를 인정하지만 그 성품에 대한 의심이다. 신의 의지-신과 논쟁할 수 없기에-와는 상관없는 지극히 인간적인 해석이다.
영화 <곡성(哭聲)>은 의심에서 시작된다. 의심은 인간 세계에서는 지혜의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신의 세계에서는 갈등과 분노를 일으키고 결국 살육으로 곡성 마을 전체를 뒤덮는다. 왜 한 가족이 그 가족의 일원에 의해 처참히 죽어야 하고, 또 다른 가정으로 전염되고, 그것이 주인공의 딸에게 악령으로 들어왔는지, 외지인의 정체는 뭔지, 미친 년인 듯 아닌 듯한 젊은 여자는 어떤 존재인지, 계속 궁금증과 의심을 증폭시키는 탁월한 연출의 영화였다. 하지만 런닝타임 154분은 조금은 지루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마무리 또한 감독의 말처럼 관객들의 감정에 맡겼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얘기다. 나홍진 감독이 전작인 <추격자>와 <황해>하고 같은 듯 하면서도 확실히 다른 작품을 선보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곽도원을 비롯하여 딸역 등 출연배우들의 연기력은 가히 압도적이다. 특히 황정민의 무당역할은 진짜 무당보다 무당같았고, 자주 등장하지도 않는 이름없는 여인 역의 천우희 연기는 <해어화>의 아쉬움을 단박에 털어냈다.
의심하면서 보다가 호불호의 함정에 빠질 수 있는 살육공포극 <곡성>이다.
#곡성 #공포영화 #머리아픈영화 #연기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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