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김기덕 감독

쌈마이의 문화끄적 2020. 12. 1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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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이 죽었다. 그것도 코로라19에 의해. 그것도 저 먼 타국 라트비아에서.
20대 중반을 넘어서였나? 중딩 때부터 2개동시상영 재개봉관 키드였던 나는 처음으로 용산의 한 개봉관에서 영화 '악어'를 보았다. 김기덕 그의 첫 장편영화. 주인공은 조재현. 관객은 나 혼자였다. 스토리 구조는 한강에서 자살한 시체들을 유족에게 팔아 먹고 사는 밑바닥 중 밑바닥 인생 주인공과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신인감독인데도 독일의 #표현주의 기법을 사용했고 연출력이 디테일했다. 게다가 배우들의 연기도 뒷바침 했다. 그 뒤 난 그를 천재로 여겼고, 그의 영화들이 상영될 때마다 부러 찾아 보았다. 모두 수작이었지만, 그 중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과 '빈집'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세월이 흘러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식상해질즈음 김기덕 감독 작품도 흥미를 잃게 되었다. 여배우 폭행 추문 등 여러 가십들이 기사에 나왔지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한국을 떠나 있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그가 죽었다는 기사를 보고 가슴 한껸이 뻥 뚫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찬바람이 그 뚫린 속으로 휭 지나갔다. 어제 삼척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재미있게 수다를 떨다 잠깐 본 그 기사에 그만 힘이 빠져 잠이 들고 말았다. 서울 저녁자리에서 스스로 흥을 돋궈보려 했지만 그것도 여러 이유로 실패했다. 인천으로 돌아와 멍 때리다 이내 잠들어 버렸다. 만나본 적은 없으나 김기덕은 내 젊은날 동경의 대상이었다. 애써 떨궈내려는데 그가 먼 타국에서 고통으로 발버둥치다 쓸쓸히 숨을 거뒀다는 게 왜 이리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이제 질곡의 삶이 끝났으니 부디 편히 쉬시길 빈다. 오늘은 영화 얘기만 하며 술 마실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악어 #빈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