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화 '암살'을 보고 '역사'를 되씹어본다.
쌈마이의 문화끄적
2015. 7. 27.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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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재구성’으로 구성력의 차별을 나타내며 등장했고, ‘타짜’로 연출이 타짜 실력임을 드러냈으며, ‘도둑들’로 1300만 명의 관객 마음을 도둑질해간 감독 최동훈.
이번엔 자칫 잘못 건드리면 의도와 다르게 복잡해져버리거나 재미없어져버리는 역사물, 그것도 일제 하 임시정부 독립군들의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제목도 간명하게 ‘암살’이다.
시작부터 말하면 ‘암살’은 상업영화다. 안옥윤역의 전지현은 변함없이 예쁘고 더 멋있어져서 남성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하와이피스톨역의 하정우 역시 늘 그가 지닌 캐릭터의 균형감과 무게감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약방의 감초 같은 영감역의 오달수도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그 특유의 유머에 액션까지 가미했고, 속사포역의 조진웅 또한 두말하면 잔소리랄 정도로 빠르게 그 이미지를 인식시켰다. 더욱이 2% 부족한 듯했던 이정재가 이 영화에서 변절자 염석진역으로 한층 연기력을 끌어올렸고 목소리도 굵게 각인시켰다.
여하튼 이 영화는 독립군과 친일파라는 구도만 옮겨왔을 뿐이지 차분하게 재미를 끌어가는 최동훈만의 구성스타일과 흥행할 수밖에 없는 배우들의 구색이 다 갖춰진 준비된 흥행영화라고 감히 딴지를 걸어본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보고나서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줄곧 내 머릿속에서 꼬리를 무는 것은 ‘역사’다.
몇몇 개개인의 욕망으로 나라가 팔리고, 또 그 욕망으로 말미암아 반민족범죄자들의 단죄에도 실패했고, 그렇게 백년이 넘게 흘러왔다. 그 세월 속에서 반민족범죄자들 다수가 면죄가 되었고 ‘사업’이라는 영역으로 들어가 부자가 되었으며 ‘보수’라는 진영 안으로 들어가 권력의 한 축이 되었다.
보수와 진보란 새의 양 날개처럼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다. 하지만 고인 물이 썩듯 진보 진영도 오랜 세월 속에 말과 행동이 달라졌으며 어디선가 심한 구린내가 나는 것 같고, 보수 안에는 친일과 친미로 질기게 그 생명력을 이어오며 보수의 참뜻을 흐려놓는 세력이 활개를 쳐대니 새가 어찌 정상적으로 날 수 있을까?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해방 후에도 경찰로 살아남아 반민족행위자 재판에서조차 무죄로 풀려난 변절자 염석진을 안옥윤과 염석진에 의해 죽은 줄로만 알았던 명우는 끝내 암살한다. 암살하기 전 그들은 말한다.
1933년 대한민국임시정부 김구 주석의 염석진에 대한 암살지시를 1949년 오늘 16년 만에 집행한다고.....